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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튼 휴잇 플레이 스타일 정밀 해부

by time2gold 2025. 5. 20.

테니스 역사 속에서 ‘강한 서브’와 ‘화려한 기술’만으로 각인된 선수들은 많지만, 집요함과 전략, 그리고 심리 싸움에서 이긴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호주의 전설 뤼튼 휴잇(Lleyton Hewitt)은 그런 선수였습니다.

그는 2001년 11월 19일, 만 20세 8개월 23일의 나이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당시 ATP 역사상 최연소 세계 1위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 기록은 2022년, 카를로스 알카라즈(Carlos Alcaraz)만 19세 4개월의 나이로 세계 1위에 오르며 약 21년 만에 갱신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그의 단단한 멘탈, 끈질긴 수비력, 그리고 모든 포인트를 끝까지 싸우는 태도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플레이 스타일을 단순한 전술이 아닌, 인간적인 경기 철학과 전략적 기획의 관점에서 분석해보겠습니다.

 

 

튀튼 휴잇을 표현하는 호주 국기 바탕에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공이 함께 있는 그림

🎾 1. 전술을 넘어선 태도 – 뤼튼 휴잇의 테니스 철학

 

1-1. 리턴 게임: 공격보다 정밀함을 선택한 전략가

휴잇은 리턴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는 상대의 강한 1st 서브조차 무리하게 때리지 않았습니다. 대신 깊고 예리한 리턴으로 랠리를 유도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로 경기를 전환했습니다.

특히 그는 상대의 의도를 예측하고 공간을 미리 점유하는 능력이 뛰어났기에, 단순히 방어하는 것이 아닌, 리턴에서 경기를 설계하는 선수였습니다.

이는 2000년대 초반 공격 일변도였던 투어 흐름 속에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었고, 많은 탑 랭커들이 그 앞에서 리듬을 잃었습니다.

 

1-2. 스트로크 : 균형이 만들어낸 일관성

휴잇의 스트로크는 기술보다 리듬과 일관성, 그리고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계산된 배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특히 백핸드는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벽처럼 작동했으며, 그는 불필요한 위닝샷보다는 상대를 실수로 몰아넣는 압박성 타구에 집중했습니다.

  • 그는 언제나 상대의 움직임을 읽었고,
  • 결정적인 순간에 낮고 깊은 크로스로 방향 전환을 유도하며
  • 스스로 점수를 만들기보다,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1-3. 풋워크와 코트 커버리지 : 포기하지 않는 몸

 

휴잇의 풋워크는 단순한 스피드가 아닌 코트 전체를 하나의 장기판처럼 활용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그는 한 발 앞서 예측하고, 공이 오기 전부터 움직이며 자신이 설계한 공간 안으로 상대를 끌어들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드롭샷과 코너를 향한 공격에도 끝까지 따라가는 근성은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휴잇의 플레이는 단순한 열정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의 전략은 육체적, 전술적, 심리적 요소가 하나의 틀 안에서 맞물린 체계였고, 그 안에서 매 포인트를 살아남는 전쟁처럼 치렀습니다.

 

 

 

🎾 2. 큰 무대에서 강했던 이유 – 메이저에서의 전술 진화

 

2-1. US 오픈 2001 – 기술보다 전략으로 만든 승리

 

2001년 US 오픈 결승에서 뤼튼 휴잇이 상대했던 이는 다름 아닌 ‘전설’ 피트 샘프라스였습니다. 샘프라스는 당시 30세로 커리어 후반에 있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서브와 발리 능력으로 하드코트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 중 하나였습니다.

반면 휴잇은 어떤 면에서도 샘프라스보다 우위에 있는 기술을 가진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경기에서 그는 경기의 설계자로 기능했습니다. 단순히 랠리를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샘프라스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구조를 짰습니다.

 

샘프라스의 서브 게임을 리턴으로 분해


휴잇은 샘프라스의 첫 서브에 대해 강하게 반응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깊은 리턴으로 볼을 띄우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샘프라스는 빠르게 네트로 진입하지 못하고, 중간지점에서 애매한 포지션에서 랠리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서브 앤 발리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를 냈습니다.

 

경기 리듬을 느리게 만들어 샘프라스의 감각을 분산


샘프라스는 리듬이 좋은 선수입니다. 서브, 발리, 리턴 후 전진 등 일련의 흐름이 이어질 때 그는 강해집니다. 하지만 휴잇은 의도적으로 샘프라스의 흐름을 끊고, 긴 랠리와 코트 후방 싸움으로 유도했습니다.

 

샘프라스의 '한방'을 무용지물로 만든 멘탈


샘프라스는 종종 승부처에서 ‘승부구’를 던지며 점수를 챙기는 스타일이었지만, 휴잇은 그런 상황에서도 리액션을 자제하며 포인트 흐름을 유지했습니다. 결국 샘프라스가 가장 싫어하는 영역에서만 경기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경기는 7-6(7-4), 6-1, 6-1이라는 압도적 스코어로 휴잇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파워나 위닝샷이 아닌, 구조와 설계력에서 갈렸습니다. 샘프라스가 자신의 스타일을 단 한 번도 펼치지 못하도록 만든 전략이 이 승리의 본질입니다.

 

2-2. 클레이에서 약했던 이유 – 스타일과 서피스의 간극

휴잇은 클레이코트에서 큰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적응 실패가 아니라, 그의 스타일이 클레이 특성과 정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클레이는 공의 속도가 느리고 바운드가 높아, 휴잇이 선호하던 빠른 전환과 낮은 타점 리턴 전술이 제한되었습니다. 특히 탑스핀 공은 타이밍을 뺏고, 랠리를 늘려 체력 소모를 증가시켰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적응을 시도하며, 여러 차례 8강 이상에 진출했습니다.

 

 

🎾 3. 뤼튼 휴잇의 정신적 유산과 현대 테니스에 끼친 영향

뤼튼 휴잇이 코트를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의 플레이 스타일과 정신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승리를 추구한 선수가 아니라,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보여준 인물이었습니다.

 

3-1. 수비의 재정의 : 수동이 아닌, 경기 흐름의 설계자

휴잇은 수비를 단순히 공을 받아넘기는 행위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비를 전략 도구로, 경기 흐름을 설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현대 테니스에서의 수비적 마스터, 노박 조코비치와 앤디 머리는 휴잇의 수비 운영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3-2. 멘탈 스포츠의 진수를 보여준 선수

휴잇은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심리적 흐름을 장악하는 집중력과 끈기만으로도 강자들을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경기 초반의 열세, 세트다운, 상대의 분위기—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3-3. 선수 그 이상, 지도자이자 멘토

휴잇은 현재 호주 대표팀 감독으로서, 닉 키리오스와 알렉스 드 미노어 같은 차세대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키리오스는 "휴잇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고 말하며, 멘탈을 다잡아준 지도자로 그를 꼽았습니다. 드 미노어는 '작은 휴잇'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의 경기 스타일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경기를 끝까지 놓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 사람들은 말합니다. "저 선수, 휴잇 같다."

 

 

🎾 결론 : 기술보다 깊은, 전략보다 넓은 선수

휴잇의 리턴은 단순히 공을 받아넘기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습니다. 그는 상대의 강력한 첫 서브조차 억지로 공격하기보다는, **“상대의 흐름을 깨뜨리는 깊고 정확한 리턴”**을 선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2001년 US 오픈 결승에서 그는 피트 샘프라스의 폭발적인 서브를 과하게 때리지 않고, 단단하고 깊이 있는 리턴으로 랠리를 끌어냈습니다. 이렇게 한 번에 공격을 노리지 않고, 상대를 ‘불편한 지점’으로 계속해서 밀어넣었죠.

휴잇의 리턴이 특히 뛰어났던 건 ‘공간을 예측하고 미리 점유’하는 능력 때문이었습니다. 서브의 궤적, 상대의 몸 방향을 빠르게 읽고, 가장 위험도가 낮은 공간으로 볼을 보냈습니다. 이 “공간의 설계”가 상대를 서서히 압박하는 휴잇만의 승리 공식이었죠. 단순히 수비가 아니라, 매 리턴을 경기의 출발점이자 자신의 전술로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휴잇은 코트를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상대를 올가미처럼 끌어들이는 공간”**으로 바라봤습니다. 그의 풋워크는 그저 빠른 발놀림이 아니라, 언제나 상대가 어디로 치든지 준비된 위치를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휴잇은 보통의 선수들처럼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리턴을 잘 받아놓은 이후, 다음 공에서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할지를 미리 예측하며 움직였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드롭샷을 시도하면 휴잇은 이미 몇 발짝 안으로 파고들어 있었고, 반대로 깊은 크로스를 친다면, 자신이 거기에 미리 들어가 있었습니다. **“한 발 먼저 움직인다”**는 말이 딱 맞았죠.

또한 이 움직임의 정밀함 덕분에, 휴잇은 네트 플레이어들에게도 큰 위협이 됐습니다. 예측 가능한 각도와 타이밍을 흔들어, 상대가 네트 앞에서 포인트를 쉽게 만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휴잇의 플레이는 단순한 스트로크 기술만으로 이뤄진 게 아니었습니다. 리턴의 정밀도로 경기를 설계하고, 코트의 움직임으로 상대를 올가미처럼 묶어내는 – 이 두 가지가 합쳐져 휴잇의 경기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여전히, 현대 테니스에서 ‘경기 흐름을 바꾸는 핵심’으로 남아 있습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기는 “상대를 어떻게 읽고 흔드는가”에서 시작된다는 걸 휴잇은 누구보다 잘 보여준 선수였습니다.

 

 

2001 US OPEN FINAL 하이라이트

https://youtu.be/j6mTeByGgj0?si=8JSIgGFvPWC2va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