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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US오픈 재조명 (여자 싱글 결승 이슈)

by time2gold 2025. 5. 12.

레일라 페르난데스와 엠마 라두카누가 잔디 코트에서 서로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2021년 9월,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우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믿기 힘든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 무대에, 랭킹 100위권 밖의 10대 두 선수가 나란히 올랐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엠마 라두카누(Emma Raducanu)와 캐나다의 레일라 페르난데스(Leylah Fernandez).  모두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1라운드에서 바로 탈락할 거라는 예상을 깨고, 그들은 전 세계 팬들의 심장을 뛰게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경기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기존 테니스 질서에 균열을 낸 상징이었고, 젊은 여성들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승리였습니다. 두 사람의 배경, 대회에서 보여준 여정, 그리고 경기 후 일어난 반향까지, 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되짚어 보겠습니다.

🎾 엠마 라두카누, 예선에서 챔피언으로

엠마 라두카누는 이 대회가 열리기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대부분의 테니스 팬에게조차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그녀는 영국 국적이지만, 중국계 어머니와 루마니아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뛰어난 학업 성적과 운동 능력을 겸비한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US오픈 예선부터 시작해 본선 결승까지 무실세트로 올라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라두카누는 예선 3경기를 포함해 총 10경기를 치르며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남녀 통틀어 그랜드슬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그녀가 8강에서는 금메달리스트 벨린다 벤치치,  준결승에서는 에너지가 넘치는 마리아 사카리를 연이어 제압할 때, 팬들은 단순한 ‘이변’을 넘어선 무언가를 감지했습니다.

결승전에서는 그 침착함이 빛을 발했습니다. 수천 명이 지켜보는 압도적인 무대, 세계적인 방송이 생중계하는 역사적 순간에서 그녀는 흔들림 없이 라인을 공략하며, 페르난데스의 파이팅 넘치는 스타일을 차분하게 받아내 승리했습니다. 점수는 6-4, 6-3. 이 승리로 그녀는 예선부터 시작해 그랜드슬램을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며, 단숨에 세계적인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 레일라 페르난데스, 감정의 롤러코스터

반면, 캐나다의 레일라 페르난데스는 또 다른 종류의 드라마를 썼습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작지만 끈질긴 전사’로 불렸고, 아버지가 직접 코치를 맡아 매일같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성장해온 선수입니다. 에콰도르 출신 아버지와 필리핀계 캐나다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 사이에서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두 배로’ 노력해야 했습니다.

US오픈에서 그녀는 매 경기에서 팬들과의 교감을 통해 감정선을 폭발시켰습니다. 3라운드에서 만난 나오미 오사카와의 경기에서는 한때 무기력해 보이던 상황을 극복하며, 경기장을 압도하는 포효로 분위기를 뒤집었습니다. 그다음엔 5번 시드 엘레나 스비톨리나, 이어서 2번 시드 아리나 사발렌카까지 꺾으며 그녀는 '이변의 주인공'에서 '챔피언의 후보'로 변모했습니다.

경기 중 그녀의 표정은 온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무대와 같았습니다. 기쁨, 분노, 아쉬움, 환희. 그녀는 관객과 숨을 같이 쉬었고,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관중은 일어섰습니다.

결승전에서도 그녀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라두카누의 차가운 집중력과 정반대의, 감정과 열정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맞섰지만, 끝내 결정적 순간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지키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러나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모습은 누구보다 빛났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과 뉴욕 시민들에게 이 경기를 바친다"는 말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녀는 비록 준우승자였지만 그날 가장 큰 박수를 받은 주인공이었습니다.

🎾 2021년 US오픈 역사적 사건, 그리고 그 이후

2021년 US오픈 여자 싱글 결승은 테니스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습니다. 우선 이 결승전은 1999년 US오픈 결승에서 세레나 윌리암스(17세)가 마르티나 힝기스(18세)를 꺾고 우승한 이래, 실로 오랜만에 두 10대 선수가 맞붙은 그랜드슬램 결승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 선수 모두 70위권 150위권이라는 점에서 ‘기적’이 아닌 ‘혁명’이라 평가되었습니다.

이후 라두카누는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습니다. 메트 갈라(Met Gala)에 초대되고,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앤 코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대회 이후 성적이 주춤하며 ‘성장의 시간을 갖는 중’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페르난데스는 캐나다 스포츠 스타로 확고히 자리 잡았고, 꾸준한 경기력과 매너 있는 언행으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이 결승이 젊은 세대의 진입과 다양성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두 선수는 단순히 경기를 이긴 것이 아니라, 테니스계의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그들은 ‘비정상적 배경’이란 말을 뒤엎고, 실력과 의지로 무대를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수많은 청소년, 특히 여성, 유색인종, 이민자 배경을 가진 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었습니다.

 

2021년 US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은 테니스 역사상 가장 뜨겁고 드라마틱한 경기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엠마 라두카누의 차가운 집중력과 레일라 페르난데스의 불꽃같은 열정이 충돌한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의 도전은 이후에도 테니스계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 결승전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으며 US오픈 시청률을 끌어올렸고, 글로벌 브랜드의 스폰서십 투자도 급증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청소년·이민자 배경의 선수들이 스포츠의 중심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습니다.

라두카누는 이후 성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젊은 아이콘으로서 많은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가며 성장 중입니다. 페르난데스 역시 준우승 이후 꾸준한 투어 성적과 겸손한 태도로 팬들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경기를 직관으로 본 팬들은 "가장 열정적인 순간이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테니스는 단순히 누가 이겼냐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감동을 함께 나누며 즐길 때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 이 글로 다시 떠올린 2021년의 기적 같은 순간처럼, 앞으로도 또 어떤 새로운 신예들이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쓸지 기대해 보세요.

 

 

엠마 라두카누 vs 레일라 페르난데스 연장 하이라이트 | 2021 US 오픈 결승전

 

 

https://youtu.be/MIUfjnBG-Yc?si=ln-B4gHfxvRj9Mi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