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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티나 힝기스: 10대 천재에서 복식 여왕까지

by time2gold 2025. 5. 29.

테니스 역사 속 이름들은 대개 강한 인상과 함께 기억된다.
누군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라인 위를 지배했고,
누군가는 강철 같은 멘탈로 타이브레이크를 뒤집었다.
그리고 어떤 선수는, 그저 조용히 경기를 읽었다.
그녀는 항상 그랬다. 경기보다 반 박자 먼저 움직였고,
강한 공 대신 정확한 방향을 택했다.

마르티나 힝기스.
이름부터 이미 전설이었다.

 

스위스의 한적한 풍경 그림

 

📍 아주 어린 전성기

 

그녀의 전성기는 너무 이르렀다.
1980년 9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난 힝기스는 스위스에 정착한 뒤
다섯 살에 처음 라켓을 잡았다. 어머니는 그녀의 첫 번째 코치였고,
그녀의 이름은 이미 전설적인 테니스 선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에서 따온 것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름이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힝기스에게는 그 이름이 놀랍도록 잘 어울렸다.

13세의 프로 데뷔.
15세에 호주오픈 복식 우승.
16세 3개월, 단식 세계 랭킹 1위 – 역대 최연소 기록.

1997년, 16살의 힝기스는
호주오픈, 윔블던, US오픈을 휩쓸고 프랑스오픈 준우승까지 차지한다.
1년 4개 그랜드슬램 모두 결승 진출이라는,
심지어 성인 선수에게도 드문 성적을 만들어냈다.

당시 그녀는 대부분의 상대보다 작았고, 파워도 부족했다.
하지만 위치를 읽는 능력,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단력,
무게감 없는 손끝의 감각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녀의 백핸드는 항상 날카롭진 않았지만, 필요한 순간 정확했다.
그녀의 슬라이스는 감탄을 자아냈고, 발리는 계산된 듯 각이 뚜렷했다.

모니카 셀레스, 아란차 산체스, 린제이 데이븐포트,
그리고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가 차례로 도전하던 시기.
힝기스는 “이길 수 있는 법”을 가장 빨리 배운 선수였다.

 

📍 갑작스러운 이탈 – 천재도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빠른 성공은 때론 짧은 수명을 부른다.

2000년대 초반, 여성 테니스는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다.
‘파워 테니스 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세리나 윌리엄스와 비너스 윌리엄스 자매가 등장하며,
경기의 흐름은 더욱 짧아졌고, 랠리는 공격적인 한 방으로 끝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 변화는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었다.
순간 스피드, 근력, 파워의 총체적 변화였고,
기술 위주의 정교한 테니스는 점점 밀려났다.

힝기스는 기술로 맞섰지만, 파워의 벽은 점점 더 높았다.
2001년 US오픈 4강, 2002년 프랑스오픈 결승 등
여전히 일정 수준을 유지했지만, 예전의 절대 강자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반복적인 발목 부상이었다.
그녀는 수술을 반복했고, 2002년 시즌 후반에는 거의 대회를 소화하지 못했다.
2003년 초에는 WTA 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같은 해 2월, “나는 내 몸에 더 이상 명령할 수 없다”는 말을 남기며
22세의 나이에 첫 번째 은퇴를 선언했다.

팬들에게도, 언론에도 충격이었다.
테니스 역사상 가장 이른 전성기를 경험한 선수는
역사상 가장 빠른 퇴장을 맞이했다.

 

📍 짧은 복귀, 그리고 더 깊은 그림자

 

2006년, 힝기스는 다시 코트에 섰다.
이전만큼의 파워는 없었지만, 전략과 집중력은 여전했다.

복귀 직후 몇 차례 준우승과 강한 경기를 펼치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의 두 번째 커리어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윔블던 직후 코카인 양성 반응 판정을 받으며
WTA 투어에서 2년간 출장 정지를 당한다.
그녀는 복용을 강력히 부인했고, 고의성이 없음을 주장했지만
결국 다시 한번 은퇴라는 결정을 내린다.

이 시기의 힝기스는 외적으로도 조용히 자취를 감췄고,
많은 팬들은 그녀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 진짜 여왕의 귀환 – 복식에서의 전성기

 

놀랍게도, 진짜 전성기는 그 이후 찾아왔다.

2013년, 힝기스는 복식 전문 선수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어린 천재가 아닌,
경험과 노련미를 무기로 가진 베테랑이었다.

초기에는 성적이 부진했지만, 2015년 인도 출신 산자 미르자와 손잡으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 마르티나 힝기스 × 산자 미르자 조 (2015~2016)

  • 윔블던 여자복식 우승 (2015)
  • US오픈 여자복식 우승 (2015)
  • 호주오픈 여자복식 우승 (2016)
  • WTA 파이널스 복식 우승 (2015)

이 기간 두 사람은 16연승, 22연승을 포함해
연승 행진을 거듭하며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 혼합복식에서의 활약

힝기스는 혼합복식에서도 탁월했다.
르앙더 파에스, 제이미 머레이 등과 함께 출전하며

  • 호주오픈 혼합복식 우승 (2015, 2016)
  • 윔블던 혼합복식 우승 (2015)
  • US오픈 혼합복식 우승 (2017)

복식에서는 파워보다 순간적인 네트 반응 속도,
서브 리턴 후의 전환,
코트 내 파트너와의 연계가 더 중요했다.
그곳에서 힝기스의 ‘게임 리딩’ 능력은 완벽하게 통했다.

특히 그녀의 백핸드 발리,
상대의 공을 슬라이스로 리디렉션하는 능력은
많은 해설자들로부터 “복식에서 가장 효율적인 무기”로 꼽혔다.

그녀는 복식에서
그 누구보다 경기를 ‘설계하는 선수’였고,
경기 흐름을 통째로 가져가는 설계자형 플레이어였다.

 

📍 고요한 이후의 시간

 

2017년 마지막 트로피를 든 이후, 힝기스는 다시 조용히 무대를 떠났다.
이번 은퇴는 평온했고, 그녀 스스로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코치를 하며 후배 선수들을 돕고,
WTA와의 인터뷰를 통해 종종 자신의 철학을 공유한다.
2022년에는 첫 아이 리아(Lia)를 출산하며 엄마가 되었고,
현재는 스위스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테니스 외의 삶을 누리고 있다.

 

🎾 결론 : 두 번의 커리어, 하나의 이름

마르티나 힝기스는
단식과 복식, 두 개의 길을 걷고 두 번의 전성기를 가진 몇 안 되는 선수다.

처음엔 어린 천재였고,
그 다음엔 가장 지적인 복식 선수였다.

우리는 그녀의 단식 경기에서
테니스라는 스포츠의 깊이를 봤고,
복식 경기에선 전술과 협력의 미학을 배웠다.

그녀는 높이 오르기만 한 선수가 아니었다.
내려오고, 멈췄다가, 다시 자신의 위치를 찾은 선수였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마르티나 힝기스는 진짜 선수였다.

 

 

1997 Martina Hingis vs Venus Williams US Open (full match)

https://youtu.be/KoWmT620DeY?si=w-U6t8Ak2FXOVvbl

 

 

 

Hingis/Mirza vs Dellacqua/Shvedova Full Match | 2015 US Open Final

https://youtu.be/C1ElNyuHMuo?si=puPscla7BJ5-eB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