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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 시대의 테니스 추억, 스테판 에드베리 (랠리, 포핸드, 우상)

by time2gold 2025. 5. 13.

우리들의 우상 테니스 선수 스테판 에드베리

 

스테판 에드베리.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들의 눈엔 ‘흰색 반바지를 입은 조용한 기사’가 떠오를지 모릅니다. 1980~90년대, 테니스가 지금처럼 미디어와 상업성에 잠기기 이전, 오롯이 경기력과 품격만으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 이 글은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향수를, 지금 테니스를 즐기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존경을 전하는 이야기입니다.

 

🎾 코트 위의 우아한 예술, 에드베리의 랠리

 

테니스가 격투기처럼 느껴지는 요즘의 강한 스트로크 위주의 흐름 속에서, 스테판 에드베리의 랠리는 하나의 예술로 회자됩니다. 그는 결코 가장 강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우아한 움직임과 가장 정제된 리듬감을 지녔던 선수였습니다.

그가 주로 뛰던 시절은 이른바 서브 앤 발리(Serve & Volley) 전성기. 강력한 첫 서브 뒤 네트 앞으로 달려가 상대의 리턴을 무너뜨리는 스타일은 보는 이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에드베리는 그저 빠르고 공격적인 것만이 아니라, 네트 앞에서의 판단력과 포지셔닝, 그리고 긴 랠리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는 정신력이 돋보였습니다.

 

1990년 윔블던 결승, 바로 이 랠리의 정수가 폭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상대는 당대 최고의 파워플레이어, 독일의 보리스 베커. 베커는 폭발적인 서브와 강한 베이스라인 플레이로 유명했지만, 그날 에드베리는 전혀 다른 테니스를 보여줬습니다. 무작정 강하게 치지 않고, 철저히 각을 계산한 리턴, 살아 움직이는 발놀림, 그리고 네트 앞에서의 완벽한 발리로 경기 흐름을 장악했습니다.

특히 3세트 후반, 20샷 이상이 오간 랠리에서 에드베리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베커의 강타를 받아냈고, 마침내 정교한 로브 발리로 포인트를 가져가며 관중석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승부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순간이었고, 에드베리는 마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랠리 하나하나를 설계하며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그의 랠리는 감탄을 넘어 ‘교본’이 되었고, 테니스 클럽의 트레이너들은 여전히 에드베리의 경기 영상을 보여주며 네트 플레이의 정수를 설명합니다. 그만큼 그는 기술의 완성도, 경기 흐름의 조율, 심지어 걸음걸이 하나까지 아름다운 선수를 상징합니다.

 

 

🎾 포핸드 하나로 전술을 디자인한 남자

 

스테판 에드베리의 포핸드는 지금의 강력한 스핀 스트로크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포핸드는 속도보다는 타이밍, 힘보다는 방향성에 초점이 맞춰진 ‘전술의 핵심’이었습니다.

그의 포핸드는 사뿐사뿐 라켓을 눌러 치는 듯한 느낌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집중력과 절제된 몸의 움직임이 숨어 있습니다. 에드베리는 단 한 번의 포핸드로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공을 네트 앞에 떨구거나 반대 방향으로 흘려버리는 플레이를 즐겼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지능'이 돋보인 순간들이었습니다.

 

1992년 US오픈 결승, 상대는 당시 무서운 상승세를 타던 피트 샘프라스였습니다. 강력한 서브와 폭발적인 파워로 경기를 지배하던 샘프라스를 상대로, 에드베리는 완벽하게 짜인 포핸드 전략으로 대응했습니다. 특히 샘프라스의 백핸드 방향으로 정교하게 공을 몰아가다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찌르는 전술은 경기 내내 통했습니다.

3세트 5-5 상황에서, 에드베리는 긴 랠리 끝에 포핸드로 정확히 코너를 찔렀고, 관중석에선 “Pure genius!”라는 중계 멘트가 흘러나왔습니다. 이는 단순한 포인트가 아니라, 경기 분위기 자체를 바꾸는 순간이었습니다.

수많은 팬들은 그 장면을 '포핸드 하나로 심장을 조여 오는 마법'이라고 기억합니다. 이는 지금의 고속 강타 중심 테니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정교함이자, 오래도록 팬들이 기억하는 에드베리의 또 하나의 상징입니다.

 

 

🎾 품격 있는 우상, 한 시대의 테니스 정신

 

스테판 에드베리는 단순히 ‘경기를 잘했던 선수’가 아닙니다. 그는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져야 할 이상적인 태도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준 선수였습니다. 과격하지 않았고, 오만하지 않았으며, 코트 위에서든 기자들 앞에서든 한결같은 말투와 자세로 존경을 받았습니다.

1983년 윔블던 주니어 대회에서 디스퀄리파이(실격)를 당하고도 침착하게 경기장을 떠났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분노하거나 억울함을 드러내는 대신, 그는 그 경험을 마음에 새기고 더욱 집중력 있는 선수로 성장했습니다. 이후 프로 무대에 올라 수많은 승리를 거두면서도, 그는 늘 “겸손은 최고의 무기다”라는 태도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스웨덴 대표팀 감독, 로저 페더러의 임시 코치 등 후배 양성에 힘을 쏟으며 자신이 받은 테니스의 은혜를 되돌려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드베리 같은 선수가 우리 시대에 꼭 있었다는 것이 테니스에겐 복이다”라는 평은 단순한 칭찬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품성과 삶의 태도에 대한 찬사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많은 팬들이 그를 ‘조용한 영웅’으로 추억합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화려함보다는 단정함으로, 그는 테니스의 정신을 품격 있게 지켜낸 8090세대의 영원한 우상입니다.

 

스테판 에드베리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선수입니다. 우승 횟수나 랭킹보다도 더 깊게 팬들의 가슴에 남은 건 그의 랠리의 리듬, 포핸드의 절제, 그리고 인격적인 품격이었습니다. 8090 테니스 팬들에게는 그 자체로 한 시대의 정신이었고, 지금 세대에겐 본받을 스포츠맨십의 전형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다시 그의 경기를 찾아보며 테니스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해 보세요. 에드베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1992년 US오픈 남자 싱글 파이널 하일라이트 링크입니다.

https://youtu.be/nLfNXHNH5B4?si=IHDUZxeSVQNdEVzV

 

 

1990년 윔블던 남자 싱글 파이널 풀영상 링크입니다

https://youtu.be/f9PAkQLBIt8?si=biit7vtwOB2WmAld